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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鳳山) 지(智)씨의 생성은 분명하지 않으나 신라(新羅) 초기에서 엿볼 수 있다. 신라는 널리 알려져 있듯이 육부(六部) 촌장(村長)이 모여 박혁거세(朴赫居世)를 왕으로 추대(推戴)하여 건국(建國)되었다. 그 육부 촌장중에 경주(慶州) 화산진(花山珍) 태생(胎生)으로 자(紫)산(山) 진지부(珍地部)를 관할(管轄)했던 지백호(智伯虎)라는 인물(人物)이 있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3대 유리왕(儒理王)에 이르러 육부 명칭을 개명(改名)하고, 개국 공신인 육부 촌장에게 성(姓)을 하사(下賜)했는데 진지부(珍地部)를 본피부(本彼部)라 하고 경주(慶州) 정(鄭)씨를 내린다.
그로부터 524년이 지난 29대 태종무열왕(太宗武烈王) 3년에는 『진지부 촌장 지백호를 감문왕(甘文王)에 추봉(推捧)한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유리왕 9년(서기 23년)에 진지부를 본피부로, 지백호를 정씨로 하사했는데도 524년이 지난 무열왕(武烈王) 시대에 계속 지백호와 진지부로 호칭(呼稱)된 것은 이상하다 할 것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신라 시조 박혁거세편을 보면 (1) 벌천(閥川) 양산촌(梁山村)의 촌장은 알평(謁平)이며, 급량부(及梁部) 이(李)씨의 조상(祖上)이고, (2) 돌산(突山) 고허촌(高墟村)의 촌장 소벌도리는 사량부(紗梁部) 정(鄭)씨의 조상이며, (3) 무산(茂山) 대수촌(大樹村)의 촌장은 구례마(俱禮馬)이며 점량부(漸梁部) 또는 모량부(牟梁部) 손(孫)씨의 조상이라 기록하고, (4) 진지촌(珍地村)의 촌장은 지백호(智伯虎)이며 본피부(本彼部) 최(崔)씨의 조상이라고 엇갈린 표기를 하고 있다.
이상(以上)에서 첫째 유리왕(儒理王) 9년(서기 32년)에 성(姓)을 하사했다면 지백호의 진지부로부터 89년 후이다. 따라서 성을 받은 사람은 지백호가 아니라 그 후손이거나 그 당시 진지부 촌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고, 둘째 하사받은 성(姓)이 삼국사기에는 경주(慶州) 정(鄭)씨로 표기되고, 삼국유사에는 경주(慶州) 최(崔)씨로 기록된 것은 의문이며, 셋째 전왕(前王)이 하사한 고을 이름과 성(姓)이 있었는데도 524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종전의 이름인 지백호와 진지부로 호칭(呼稱)된 것은 지(智)씨 성(姓)을 사용하는 후손이 있었다는 증거(證據)로 보인다.
위의 세가지 점을 종합하면 신라 개국(開國) 후 89년이 경과한 시점(時點)에서 성(姓)을 하사했다면 이미 지백호는 사망 이후이며 따라서 성을 하사받은 사람은 지백호 자신이 아닐 것이다. 또한 524년이 경과한 무열왕(武烈王) 시대에도 계속 지백호로 호칭된 것으로 미루어 그의 후손이 있었음을 쉽게 알 수 있겠다.
그 이외의 신라(新羅) 천년사(千年史)를 더듬어 지(智)씨 성(姓)에 대해 알아보자.
[참고]
이찬(伊飡)
신라 때에 17 관등 가운데 둘째 등급. 자색 관복을 입었다. 진골만이 오를 수 있었다. ≒이간02(伊干), 이척찬.
[출처 : 표준국어사전]
17관등제는 신라 유리왕 9년(서기 32년)에 시행하여 법흥왕 때 완성된것으로 추정한다. 그 17관등을 보면
1위 이벌찬, 2위 이찬, 3위 잡찬, 4위 파진찬, 5위 대아찬, 6위 아찬, 7위 일길찬, 8위 사찬, 9위 급벌찬, 10위 대내마, 11위 내마, 12위 대사, 13위 소사, 14위 길사, 15위 대오, 16위 소오, 17위 조위 이다.
[출처 : 한권으로 읽는 신라왕조실록 - 임병주 지음/ 들녘 발간(1998년)]
서기 297년(유리왕 14년) 정월, 지량(智梁)이라는 사람이 이찬(伊)으로 승진(昇進)하였다는 기록이 보이고, 서기 662년(문무왕(文武王) 2년) 3월에 지경(智鏡)을 이찬으로, 이어서 5년 후인 667년에는 장군(將軍)으로 승진되며, 668년에는 중시(中侍)로 승진한다는 기록 또한 보인다.
지경이라는 사람은 태종무열왕(太宗武烈王)의 다섯째 아들로 성은 김(金)씨라고 한다.
638년(신무왕(神武王) 3년) 지상(智常)은 왕이 부인(婦人)을 맞는데 납채사(納彩使)의 일을 맡았고, 후에 대아찬(大我?)이 되었다는 기록도 보인다.
서기 796년 4월 지원(智原)은 이찬 벼슬을 거쳐 중시가 되었다는 표기도 보인다.
이상의 것 이외에도 더러 지(智)씨 성씨로 보이는 이름이 나오기는 하나 대개 승(僧)이거나 성(姓)이 아닌 이름일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고구려나 백제에서는 지씨 성을 발견할 수 없다. 신라에 지씨 성이 고구려나 백제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은 의문이다. 신라에서는 당시 왕가(王家)와의 결혼이 대개 진골(眞骨)이라는 점으로 볼 때 자주 나오는 지(智)씨 성이 지백호의 후손임이 틀림없겠으나 확인(確認)할 길은 없다.
봉산(鳳山) 지(智)씨의 시조(始祖)인 채자(蔡字) 문자(文字) 할아버지의 기록에서도 추론(推論)할 수 있는 것은 채자 문자 할아버지 이전(以前)에도 이미 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다는 확신(確信)을 갖게 한다.
서기 918년 고려(高麗)가 건국(建國)된지 46년 되는 해에 채자 문자 할아버지가 탄생하고, 국가(國家)에 지대한 공(功)을 세은 일등공신(一等功臣)인데도 “지채문(智蔡文) 봉주인(鳳州人)”이라는 기록(고려사(高麗史) 54권 21항 첫째줄)하여 지씨 시조임을 나타내지 않은 점으로도 그 이전에 이미 지(智)씨는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채자 문자 할아버지 이전의 지(智)씨에 대한 기록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지(智)씨 성(姓)은 호명법(糊名法 : 성명(姓名)이 있는 자(者)는 진사과(進士科)에 응시(應試)할 수 있다는 법)이 발효(發效)(서기 1011년)되기 48년전에 이미 일가(一家)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40년후에는 항렬자(行列字)를 쓴 점은 가문(家門)의 영광(榮光)이요, 자랑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