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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똥으로 멧돼지를 쫓는다.’
전남 장흥군 장동면에 고구마 농사를 짓는 박모씨(54)의 얼굴이 최근 환해졌다. 마을 뒷산 자락 1,000여평 고구마밭에서 횡포를 부리던 멧돼지가 자취를 감춘 탓이다.
지난 6일 광주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호랑이똥 20㎏을 얻어 뿌린지 5일째. 야생멧돼지를 쫓기 위해 밭에 텐트까지 치고 밤이슬을 맞아야 했던 박씨는 그날 이후 집에서 발뻗고 잘 수 있었다.
‘호랑이 똥 퇴치법’은 멧돼지 때문에 농사를 못짓겠다고 한숨짓는 박씨의 하소연을 친구인 전남도의회 김창남 의원이 듣고 제안한 것. 동물이 배설물로 자기 영역을 표시한다는 상식에 착안한 것이다.
박씨는 김의원을 앞세워 동물원을 찾아가 호랑이 9마리가 3일간 내놓은 배설물 전부를 얻어 밭에 뿌렸고 지금까지 효과는 만점이다.
재미를 본 박씨는 동물원에 사자 등 다른 맹수들의 배설물을 모아달라고 요청해 놓았다.
‘맹수의 배설물’ 위력이 확인되면 전국적으로 밤낮없이 논밭에 나타나 농산물을 마구 훼손하는 25만4천여마리로 추산(환경부 집계)되는 멧돼지 퇴치의 비방이 되는 셈이다.
경상대 연성찬 교수(동물행동학)는 “육식동물의 배설물은 초식위주인 멧돼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며 “호랑이 울음소리를 가끔씩 들려준다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멧돼지가 호랑이똥을 보고 무서워 하는 습성이 있을 수 있겠으나 호랑이가 사라진 상황에서 먹이사슬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광주|배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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