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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교량에 나붙은 대리운전 광고.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
최근 대리운전업체가 급증하면서 이용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업체간에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다수 업체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보험가입을 기피, 전체 대리운전자의 70% 이상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밤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무보험 대리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리운전 이용자가 전적으로 그 책임을 떠안아야 된다. 이용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피해 사례=경기도 수원 영통에 사는 회사원 김모(31)씨. 평소 업무상 술을 자주 마시는 김씨는 지난달 8일 늦은 오후 서울 보라매역 근처에서 대리운전을 이용, 귀가하던 중 수원시내 한 삼거리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김씨는 운전자 전화번호와 보험가입 여부를 구두상으로 확인한 뒤 대리운전비 3만원을 지불하고 급한대로 자기 주머니를 털어 차량 수리비 30만원을 지불했다. 다음날 김씨는 업체에 전화를 걸어 수리비를 요구했으나 업체쪽은 ‘인사사고가 아닌 대물(차량) 피해의 보상은 책임지지 않는다’며 보상을 거절했다. 이후 김씨는 운전자와 업체를 상대로 하소연도 해보고 윽박도 질러봤으나 약관에 없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리운전자가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범칙금을 납부해야 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오전 1시 30분경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서울 독산동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대리운전을 부른 회사원 남모(35)씨. 운전을 맡긴 채 잠이 들었던 남씨는 집에 도착했다는 운전자의 말에 대리기사비 2만원을 지불하고 키를 돌려받았으나 며칠 뒤 황당한 일을 겪어야 했다. 당시 운전자가 교통법규(속도위반)를 위반해 자신 앞으로 7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 것. 남씨는 기억을 더듬어 대리운전업체에 전화를 건 뒤 자초지종을 설명, 업체쪽으로부터 배상 약속을 받아냈으나 한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답이 없자 결국 한국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에 피해 사실을 접수했다.
소보원 손영호 일반서비스팀장은 “최근 무보험 대리운전 사고로 피해를 입은 운전자들의 피해 보상 문의가 부쩍 늘고 있고, 이중 대다수 업체들이 사후 신병(대리운전 업체 및 대표) 확보가 되지 않고 있다”며 “게다가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없어 현재로선 보험 가입여부를 확인한 뒤 대리운전을 맡기는 게 최선”이라고 주문했다.
◇‘밤거리 무법자’ 규제 없다=금융감독원 및 한국대리운전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국내 대리운전업체는 모두 1만여개 업체로 종사자는 12만여명(최대 15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보험에 가입된 대리운전자수는 전체의 25% 수준인 3만여명에 불과, 나머지는 사고 발생시 모든 책임이 차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무보험 대리운전자들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전체 대리운전자의 하루 운행건수가 대략 70만건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중 무보험 운전자의 운행건수가 무려 40만~50만건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전체 대리운전 운행의 70% 가량이 무보험으로 사고 발생시 전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당국은 마땅한 관련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여부는커녕 불법운영 중인 업체들의 현황파악도 못한 실정이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됐다 하더라도 안심은 금물이다.
가벼운 차량 긁힘에서부터 차량이 전복되는 대형사고라 할지라도 단독사고 경우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리운전협회 김병배 사무처장은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전체 보험 중 상당수가 단독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이 전혀 안되고 있다”며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긴 했으나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상품의 질적인 보완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법 제정’ 가능할까=국회는 무보험 대리운전으로 인한 피해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법률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중에 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은 대리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리운전자의 가입보험이 차량 소유자 보험에 우선 배상하도록 하는 ‘대리운전법안’을 지난 6월 택시업계측과 최종 합의 후 발의했다.
대리운전업의 제도화를 위한 입법 시도는 지난 2003년부터 2004년, 올 4월에 이어 무려 4번째로 그동안 승객감소와 영업이익 축소 등을 우려한 택시업계의 반발과 행자부와 건교부 등 부처간의 이견으로 번번이 발목이 잡혀왔다.
최종 법안은 무보험 대리운전의 경우 사업 정지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한편 만 25세 이상의 1종 운전면허 소지자 및 3년 이상의 운전 경력자에 한해 대리운전이 가능하도록 자격을 강화했다.
정 의원은 법안의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에 대해 “지난 6월 수정안 발의 이전에 택시업계 등과 최종 합의를 보았기 때문에 국회통과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밝다”고 전망한 뒤, “아울러 소속 상임위 의원들과 행정 부처 관계자들에게 무보험 대리운전으로 인한 피해 실태와 법 제정의 필요성 등을 적극 설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칸 안광호기자 ahn7874@khan.co.kr>
다음은 정의화 의원과의 일문일답.
-‘대리운전업법’ 제정 취지는.
▲대리운전업체들간에 가격 인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영업하거나 최저 임금으로 대리운전자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이용자들이 전혀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고 최근 들어 그 피해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관련업계의 반발과 부처간의 이견으로 번번이 발목을 잡혀 왔는데.
▲지금까지 택시업계 등 관계자들과 수차례 협의를 가진 결과 지난 6월 최종 수정안을 발의하게 됐다. 업계의 요구가 다소 무리한 측면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합의를 본 만큼 앞으로 건교부와 행자부 등 관련부처간의 이견 조정만 이뤄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법안의 골자는.
▲무보험 대리운전업체가 적발될 경우 사업정지와 함께 최대 1년 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는 등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또 대리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한편 만 25세 이상의 1종 면허 소지자 및 3년 이상의 운전 경력자에 한해 대리운전이 가능토록 하는 등 자격요건을 강화했다. 이밖에 대리운전자의 교육과정 이수와 대리운전 자동차의 범위 규정 등이 주요 골자라 할 수 있다.
-9월 정기국회 통과 전망은.
▲무보험 대리운전 등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관련업계 및 부처들이 별다른 이견이 없어 현재로선 국회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법 제정 이후 예상되는 긍정적 효과는.
▲무보험 대리운전업체 및 운전자에 대한 보험 가입 의무화 등 양성화를 통해 생계형 대리운전이 아닌 떳떳한 신종 직업군으로 임금 등 근무여건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이용자들의 피해를 법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이용자들뿐 아니라 대리운전업계의 시장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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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제공 ] 경향신문 | 경향신문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