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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을 버티지 못한다면 시작하지 마라
온라인은 이제 더 이상 가상의 세계가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네티즌이라는 소비집단이 등장하면서 온라인은 거대한 마켓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오프라인으로 한정돼 있던 창업시장이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부자 상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온라인을 ‘기회의 땅’으로 만든 부자 상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업종을 불문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벤치마킹 할만한 대상도 없고 인프라마저 취약한 상황에서의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다. 그러나 도전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법.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꾸준한 노력으로 성공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은 개척자는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된다.
그런 점에서 정경민(31) 사장은 온라인 쇼핑몰 개척자이자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정사장이 판매하는 것은 꽃. 그것도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이다. 국내 유일의 향기나는 종이 장미를 판매하는 페퍼로즈(paperose.co.kr)를 운영하는 부자상인.
정사장이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한 건 지난 1999년. 대학시절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운 종이꽃 접기가 취미가 됐고 취미가 창업으로 이어진 케이스.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있다는 소릴 많이 들었어요. 대학 축제 때 3천 송이 장미를 접어 전시를 했는데 여학생들의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려 드는 것을 보고 사업 가능성을 발견했죠.”
손재주만 믿고 창업, 2년 동안 개점 휴업 상태
졸업을 앞두고 있던 정경민씨는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먼저 고객(?)들의 반응을 테스트 하기 위해 학교 여학생들에게 부케를 만들어 선물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정경민씨는 곧바로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대학생으로 창업자금이 없던터라 온라인 쇼핑몰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막상 온라인 쇼핑몰을 하려니 어려움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인터넷 쇼핑몰 창업에 관한 자료서적도 없었고 벤치마킹 할만한 대상도 없었다. 결제시스템도 은행송금 뿐이었다.
그리고 전용선도 갖춰지지 않아 PC방에나 가야 인터넷을 할 수 있었다. 취약한 인프라로 인터넷 쇼핑몰전문사이트도 활성화 되지 못한 상황이었고 결정적으로 정경민씨는 인터넷 가능한 컴퓨터도 없었다. 그러니 디카와 스캐너는 엄두도 못낼 처지였다.
정경민씨는 고민 끝에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친구에게 부탁해 홈페이지를 만들고 용돈으로 재료를 구입해 종이 장미를 접었다. 그리고 침대에 보자기를 깔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학교 내 컴퓨터 강의실에서 스캐너와 PC를 사용해 상품을 업 데이트했다.
“그 땐 15일 경매였는데 달랑 사진 한 장 올리고 연락처만 적어놨어요. 300만 화소 디카가 2~3백만원 하던 시절이었어요. 아마도 지금 그렇게 한다면 하나도 안팔릴 겁니다(웃음). 그나마 입점한 사이트의 수수료가 후불제였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시작도 못했죠.”
대학 졸업을 앞둔 아들이 ‘인터넷인가 뭔가를 한답시고’ 돌아다니자 부모님은 “공부해서 취직이나 할 것이지 도대체 뭘하고 다니냐”며 만류했다. 그러나 정경민씨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3월 14일 쇼핑몰을 오픈했다. 화이트데이를 겨냥해 개업을 한 것. 1주일 동안 전화 주문이 들어왔고 정경민씨는 혼자서 밤을 새워가며 꽃을 만들었다.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맞추려다 보니 몸살이 났다. 그래도 첫 달 번 100만으로 스캐너를 구입했다.
그러나 더 이상 고정적인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고 8개월 동안 개점 휴업 상태가 계속됐다. 손재주와 대학 축제 때 여학생들의 반응만 믿고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서두른 탓이었다. 정경민씨는 차근차근 쇼핑몰을 정비하기로 마음먹고 시장조사와 탐색에 들어갔다. 1년 동안 인터넷창업 강좌가 열리는 곳이면 서울, 지방을 가리지 않고 수강했다. 상품 사진촬영을 위한 광고사진집을 구입해 탐독하고 직접 조명상가와 종이 박스 제작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꾸준한 학습과 노력, ‘백수’에서 ‘부자상인’으로
너무 힘들 때면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취업을 원하는 부모님 뜻을 따르지 않고 시작한 사업이기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미 졸업을 한 상태에서 매출 없는 쇼핑몰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처지. 정경민씨는 학원강사로 생활비를 벌면서 쇼핑몰을 조금씩 업 그레이드 해나갔다.
“2001년 6월에 세무서에 부가세신고를 하러 갔는데 신고할 게 없는 거예요. 그 해 겨울까지 매출이 거의 없었습니다. 겉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불안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2년 동안 ‘백수 아닌 백수’로 와신상담한 결과, 2002년부터 매출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보급과 네티즌의 증가도 한 몫을 했지만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사이트 홍보와 업 그레이드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결과였다.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고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며 안정을 찾을 무렵, 갑작스런 아버지의 작고로 정경민씨는 고향인 문경으로 내려갔다. 때늦은 후회와 슬픔으로 장례를 치르고 다시 쇼핑몰에 매달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늘에서 도와주신 주신 것일까. 해를 거듭할수록 매출은 30~40% 이상 꾸준히 늘어났고 밀려드는 주문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그러자 어머니도 정경민씨의 사업파트너가 됐다. 어머니가 종이를 재단하고 정경민씨는 장미를 접는다.
“하루에 20~30개 박스 분량의 장미를 접는데 허리도 아프고 무릎은 관절염 증세까지 생겼습니다. 온몸에 부항 자욱이 가실 날이 없어요. 두 달 전에는 입원하라는 의사선생님의 권유를 받기도 했습니다.”
밀려드는 주문에 맞추려면 미리미리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재료 구입차 일주일에 서너 번은 서울에 올라와야 하는 탓에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중에도 틈틈이 온 라인 창업 강좌를 듣고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온 라인 창업시장에서 정경민씨는 성공사업자의 모델이자 유명 강사가 된 지 오래다.
정경민씨가 온 라인 쇼핑몰창업 희망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 고객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온 라인 쇼핑몰은 절대 소자본 창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점포 창업보단 쇼핑몰 초기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몇 백만원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겁니다. 사이트 오픈해서 당장 돈 벌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죠. 3개월 만에 매출 발생하면 대단한 겁니다. 6개월은 수익이 없어도 버틸 수 있어야 하고 자기자본이 70%는 돼야 합니다.”
정경민씨는 “네티즌은 무섭다”고 말한다. 고객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부득이 어겼을 땐 100% 환불과 함께 사죄의 편지나 선물을 보내는 것이 정경민씨의 성공 노하우. 택배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남의 탓’을 하지 말고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을 실망시키면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월평균 6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부자상인’ 정경민씨의 성공은 척박한 환경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이뤄낸 값진 결과이기에 부자를 꿈꾸는 많은 온라인 상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오경석 기자 ohyes@bizho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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