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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만화나 SF영화 속 세계를 현실에서 구현한다.'
어린 시절 TV에서 봤던 기억 한 토막을 끄집어내보자. 수영장의 물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거대한 로봇 한대가 수조 밑에서 올라온다. 마징가Z다. 아직도 가슴 설레게 하는 마징가Z의 출격 장면이다. 이 추억의 명장면을 첨단 기술과 상상력을 동원해 현실화하는 놀라운 프로젝트가 일본에서 추진됐다.
일본을 대표하는 초대형 토목건설 전문업체 마에다건설공업 주식회사. 20세기 최대 공사로 불리는 도쿄만 아쿠아라인 인공섬을 비롯해 도쿄도 청사, 요코하마 베이브릿지, 우나즈키 댐, 홍콩 신공항 여객터미널, 후쿠오카 야구장 돔 건설 등 역사적인 대공사를 수주해 성공시킨 첨단 건설공법의 선두주자다.
이 회사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 2003년 2월 사내에서 각 분야의 최정예 전문가 4명을 선발해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를 신설했다.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공상과학 속의 건조물을 실제 설계해 내는 것이 이 부서에 주어진 임무. '마징가Z 지하기지 건설 계획'은 첫번째 프로젝트다.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는 뜨거운 열정으로 도전 과제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며 공상으로 머물러 있던 계획을 실현 가능한 현실로 바꾸어 나갔다.
원작 만화에 마징가Z 기지(광자력연구소)는 후지산 기슭 남쪽에 있다는 단 한줄의 단서를 토대로 후지산 남쪽 전체의 지질을 조사해 실제로 기지를 건설할 수 있는 입지조건(환경오염 문제 포함)을 확보하는 등 토목 설계에서 굴착, 승강기 공사, 배수시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이 만화 속 장면과 일치하도록 애썼다.
장인 정신을 발휘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산출한 실제 기지 건설 소요예산는 72억엔. 건설기간은 적의 습격이 없다는 가정아래 6년5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됐다.
최근 번역돼 나온 '마징가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김영종 옮김. 스튜디오 본프리)는 발칙한 발상으로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한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의 도전기를 담은 책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현재 여러 군데서 자신들의 꿈속에 존재한 공상 세계 건조물들을 건설해 달라는 요구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는 후속 프로젝트로 '은하철도 999'에서 은하 초특급열차가 출발하는 메가로폴리스 중앙역의 발착용 고가 철로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247쪽. 1만원.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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