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il :
시카고트리뷴 재미한인 돌잔치 문화 상세 보도 눈길
미디어다음 / 연송이 프리랜서 기자
“한 살배기 알렉산더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자신의 돌잔치상 위에 놓인 책, 돈, 연필, 청진기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가족·친지 70여 명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아이가 마침내 20달러짜리 지폐를 집어 올리자 모두들 환호성을 지른다. 가족과 친지들은 ‘이 녀석 커서 부자가 될 게 틀림없어’라고 말하며 기뻐한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이 최근 한국의 돌잔치 문화를 소개하며 재미한인들이 돌잡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한 내용이다. 시카고트리뷴 기자는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사는 재미한인 황정진 씨의 집을 방문해 황 씨의 아들 알렉산더의 돌잔치를 취재한 뒤 이 같은 기사를 작성했다.
기자가 보기에 한국의 돌잔치는 신기하다. 시카고트리뷴은 “한국 풍습 중에는 만 한 살 된 아이가 집는 물건에 그 아이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는 ‘돌잡이’라 불리는 문화가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어 알렉산더의 어머니 헤일리 황의 말을 따 “한국인들은 아이가 돈을 집으면 앞으로 부자가 되고, 활을 집으면 군인이, 연필을 집으면 학자가, 칼을 집으면 요리사가, 붓을 잡으면 화가가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돌잔치 상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좋은 것을 의미하는 것뿐”이라며 “아이가 무엇을 집든지에 관계없이 가족과 친지들은 모두 함께 기뻐한다”고 덧붙였다. 알렉산더의 부모 황 씨 부부도 20달러짜리 지폐를 집은 아이를 바라보면서 “아이가 앞으로 부자가 될 테니 우리 부부는 은퇴 걱정을 안 해도 되겠다”며 기뻐했다.
시카고트리뷴은 아울러 황 씨의 말을 따 이 같은 한국 돌잔치 문화의 유래를 소개했다. 다른 민족에 비해 생일을 성대하게 축하하지 않는 한국인들이 유독 생후 100일과 1년을 크게 축하하는 것은 과거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에 갓난아이들이 많이 사망하곤 했기 때문이라는 것.
신문은 이와 관련해 “한국의 돌잔치는 유태인들의 성년 축하 풍습이나 미국의 ‘스위트 16’과는 다른 면이 있다”며 평생 한 번밖에 없는 한 살 생일을 특별히 성대하게 치른다는 점과 너무 어린 나이에 치러져 정작 본인은 훗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점을 그 예로 들었다.
시카고트리뷴이 취재한 황 씨 부부는 재미 한인동포로 모두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황 씨는 의사이며, 아내 헤일리 황은 부동산 관련 잡지사의 편집기자다. 이들 부부는 미국에 살면서도 아이들에게 한국 고유의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의 풍습을 더 잘 따르고 있다고 한다.
한편, 신문은 이날 돌잔치에 참석한 한국인들이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있었다고 전했다. 기사를 쓴 시카고트리뷴 기자는 알렉산더의 누나(5)와 멀리 캘리포니아 주에서 찾아온 알렉산더의 외할머니가 특별히 준비한 한국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며 우리 한복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